수십 년 평생을 작은 철창 안에서 살아가야 하는 곰들을 아시나요? 웅담(곰의 쓸개) 채취를 위해 반달가슴곰을 가둬 기르던 한국의 사육곰 산업은 2026년을 기해 마침내 제도적으로 종식됩니다. 그러나 여전히 전국에는 270여 마리의 사육곰이 남아있습니다. 마땅히 갈 곳을 찾지 못하면, 이 곰들은 결국 남은 여생을 철창 안에서 그대로 마감할 것입니다.
곰들이 곰답게 살 수 있도록
곰보금자리프로젝트의 목표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습니다. 바로 한 마리라도 더 많은 사육곰에게, 더 나은 삶을 선물하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 곰은 총 열 셋.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이 곰들은 앞으로도 평생을 우리의 돌봄 안에서, 달리 말하면 우리가 만든 ‘갇힌 공간’ 안에서 살아가야 합니다.
대신 그 공간 안에서 곰들이 최대한 곰 답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고민하고 또 만드는 것이 우리의 역할입니다. 하루빨리 더 많은 사육곰을 이곳으로 데려오고 싶지만, 아직은 곰들이 지낼 시설을 지을 여력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최선은 우리가 돌보는 열세 마리 곰들을 위한 방사장을 하나 더 짓는 것, 그래서 이 곰들이 조금이라도 더 곰다운 삶을 누리도록 하는 것입니다.
커다란, 그러나 너무나 작은 곰들의 첫 숲
지금의 보호시설에서 처음 곰을 돌보기 시작하며 우리가 가장 먼저 공을 들인 일이 바로 첫 방사장 ‘곰숲’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재정적 여유는 없었지만, 철창 속에 갇혀 살던 곰들에게는 풀과 흙을 밟을 수 있는 단 몇 시간의 산책이 생의 커다란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그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백 평 남짓한 작은 숲은 열세 마리 곰들이 가장 곰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열세 마리 곰이 교대로 이용하기에 기존의 방사장은 너무나 작습니다. 한 곰에게 주어지는 외출 시간은 고작 일주일에 하루 두세 시간뿐, 나머지 대부분의 시간은 여전히 좁은 공간 속에서 보내야 합니다.